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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한장

중국 땅끝에서 '하와이'를 만나다

by 누피짱 2008.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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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이라야만 가능한 그림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남국의 싼야 야롱베이에서는 사철 나날이 눈앞에 꿈같은 풍경이었다. 겨울에도 낮 기온이 24도를 넘는 ''동양의 하와이'', 일 년에 비오는 날이 채 30일이 안 돼 늘 햇볕 반짝이는 ''남국의 보석''. 그곳은 중국 최남단의 섬, 하이난에서도 남쪽 끝이다. …중국? 인천공항서 4시간 반이면 내리는 하이난의 싼야공항을 나서자마자 쓰레기통에 던졌다. 에이 중국…, 그렇게 시큰둥해하던 선입견을. 사방 여기저기 훤칠한 야자수들이 환영하는 광경은 동남아의 풍광 그대로였다. 중국 같지 않은 중국, 그것은 중국의 유일한 아열대 지역인 덕분이다. 해서 중국인들이 죽기 전에 가봐야 할 10곳 중의 하나로 하이난을 꼽았다던가. 13억 인의 선택을 못 믿겠다는 사람에겐 혹시 유네스코의 보증은 통할까. 하이난은 쿠바의 하바나와 함께 세계 2대 청정해역으로 지정돼 있다.

도시에서 땀과 짜증만 나게 하던 햇볕은 야롱베이에선 꿈과 낭만을 피어 올린다. 종일 지겨운 줄 모르고 물속을 들락날락거리게 해 주는, 화끈한 도우미다. 물은 너무도 가까이, 엎어지면 코 닿는 데 있다. 리조트 1층 객실에서는 모두 창문을 열고 바로 텀벙, 전용 풀장으로 뛰어든다. 그 옆에는 큼직한 공용 풀이 또 있고, 모두 투명한 민물이다.

백사장과 파도가 생각나면 맨발인 채로 터벅터벅 잠깐 걸어 나가면 된다. 밀가루처럼 보드라운 금모래를 밟고 나가면 백 미터쯤 앞이 바로 해변이다. 7.5km의 긴 초승달 같은 백사장을 따라 흩어지는 물보라가 메밀 꽃밭처럼 눈부시다. 백사장에는 리조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초막과 선베드가 줄지어 있다. 여기저기 선탠을 즐기며 책장을 넘기는 러시아·호주·유럽 미녀들이 눈에 띈다. 바다 멀리서는 패러세일링·제트스키·바나나보트·윈드서핑·스노클링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광경이 그림 같다.

부표가 출렁이는 곳까지 헤엄쳐 가다가 몸을 돌려 본다. 물갈기를 세우고 달려가는 파도는 해변을 덮고 리조트까지 적셔 버릴 기세다.
리츠칼튼·힐튼·매리어트·쉐라톤·글로리아·맹그로브·호라이즌·크라운플라자…. 고급 호텔이 즐비한데 그것이 야롱베이만의 자랑일 리 없다. 인천서 금방 날아와 객실에서도 밤새 파도 소리에 젖을 수 있는 가까움이야말로 야롱베이 비장의 카드다. 아직 소문이 나지 않아 한국인끼리 몰려다니지 않고 이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음도 빼놓을 수 없다.

리조트·백사장·해양스포츠, 그것 말고는? 대만 다음으로 큰 섬인 하이난은 제주도의 18배가 넘어 구경거리도 많다. 그만큼 역사 또한 깊을 수밖에. 싼야 시내에서 서쪽으로 23km 간 땅 끝 천애해각(天涯海角, 톈야하이자오)은 우리의 해남 강진이나 제주처럼 유배의 명소다. 당송팔대가의 대문장가 소동파가 죽기 직전에 유배당해 ''아득한 하늘 밑은 송골매 사라지는 곳''이라고 읊었던 시심이 ''하늘 끝, 바다 끝''의 지명으로 남았다. 망망대해 가운데, 그리고 백사장 곳곳에 울쑥불쑥 솟은 거대하고 미끈한 기암괴석엔 ''天涯''''日月''''南天一柱'' 등 붉은 글씨로 그 역사가 각인돼 있다. 그러나 소동파의 7년 수심도 바위에 철썩이는 파도에 씻겨 스러진 지 오래다. 역시 이곳에 유배당했던 이덕유·이강·이광·조정·호전 등 다섯 충신의 한도 쓸려가고 충심만 남았다. 백사장 옆의 열대림 동굴을 따라 걷는 연인과 부부들은 마냥 행복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손을 꼭 잡고 있다. 아니, 잡아야 한단다. 하늘 끝, 바다 끝까지 가도록 그렇게. 혼자 온 사람이라면 전화를 하란다. "하늘 끝, 바다 끝까지 와도 내 마음속엔 당신뿐이야."라고.

해수욕과 관광으로 노곤해지면 온천 테마파크에 몸을 푹 담글 차례다. 뜨거운 곳에서 더 뜨거운 곳, 이열치열이 싫더라도 끌리는 것은 닥터피쉬 때문이다. 야롱베이에서 차로 30분 거리의 주강남전온천은 터키의 캉갈온천과 함께 세계에서 두 곳뿐인 ''물고기 의사''의 고장이다. 섭씨 35~50도의 탄산수에서 살다 보니 플랑크톤 먹이가 없어 온천객들의 각질을 쪼거나 핥아 먹는다. 아토피·건선·무좀 같은 피부질환이 있다면, 두말없이 간지러움을 무릅쓰고 두 발과 온몸을 맡길 일이다. 피부가 좋은 사람이라도 작은 잉어들이 떼 지어 살갗을 쪼아 대는 입질 마사지에 피로가 싹 가실 것이다. 여기서 온천수의 효과는 그냥 덤일 뿐이다.
볼거리는 많은데 시간이 없다. 원숭이만 사는 원숭이섬은 바다 위로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것만으로 원숭이가 나무 위를 나는 스릴을 만끽한다. 가장 높은 공원 녹회두에서는 한밤 연인들이 몰려 반짝이는 남국의 별빛에 사랑을 맹세하고 찬란한 싼야의 야경을 굽어보며 앞날을 설계한다. 야롱베이·선밸리·일출 등 골프장에서 야자수 사이로 샷을 날리는 멋은 싼야의 즐거움 중 아주 작은 부분이다.

중국의 땅 끝, 그 유배지의 의미를 살린다면 그곳으로 일상에 찌든 나를 유배시켜도 좋을 것이다. 왕이 없어진 세상에서 ''나를 유배시킬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일 테니까.

TIP
■ 인천에서 하이난의 싼야까지 가는 직항이 수·목·토·일요일에 있다. 아시아나·해남·동방·남방항공에서 하루 2~3편. 4~6일의 왕복 패턴에 맞춘 티켓이 싸다. 공항에서 야롱베이까지는 차로 30분. 해수욕장은 바닷속 8미터까지 보이는 곳도 있다지만 그렇게 투명하지는 않다. 관광지 대중교통이 많지 않아 패키지 여행이 좋다. 자유여행 80만원, 패키지 100만원 정도부터. 호텔 리츠칼튼(ritzcarltonseoul.com)은 9월부터 서울의 결혼식, 왕복 항공권, 야롱베이 숙박을 묶은 ''원스톱 웨딩 서비스''를 선보인다(3451-8231). 33개의 풀빌라가 있어 24시간 집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싼야 정보를 볼 수 있는 사이트는 sanya4u.com, gohainan.net, hainanweb.com, hainanstory.com 등.

■ 사철 따가운 햇볕을 차단할 선글라스·모자·양산·자외선차단제를 챙기도록 한다. 옷은 반팔·반바지면 되지만 숙소에선 냉방이 좋으니 얇은 긴소매도 준비한다. 밤엔 야롱베이 중심광장의 야외 공연과 함께 즐기는 맥주 맛이 그만이다. 싼야 시내의 노천 야시장에서 맛보는 꼬마오징어꼬치, 전통볶음면, 닭튀김 등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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