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업계가 들썩거리고 있다. 최근 국내 온라인 리크루팅업체 잡코리아가 1천억원이라는 몸값을 올리며 팔렸기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리크루팅시장의 전체 규모가 300억~4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몸값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잡코리아의 가치를 알아준 것은 나라 바깥의 기업이라는 점이다.
특히 지난 2001년 온라인 경매 사이트 옥션을 미국의 이베이가 1억5천만달러에 사들인 이후, 국내 닷컴기업의 가치가 다시금 해외에서 재조명받고 있다는 분위기다.
인수에 나선 쪽은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리크루팅 사이트인 몬스터닷컴 www.monster.com의 모회사인 몬스터월드와이드다.
지난 1998년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잡코리아는 국내 업계 1위라고는 하지만, 직원 135명에 지난해 겨우 매출 107억원을 올렸을 뿐이다. 이런 한국 기업에 몬스터가 눈독을 들인 이유는 뭘까.
몬스터월드와이드는 어떤 회사?
67년에 설립된 몬스터월드와이드 www.monsterworldwide.com는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으며, 27개국에 46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나스닥에 등록돼 있는 데다, S&P500지수에도 편입돼 있을 만큼 규모가 큰 기업이다.
몬스터는 주로 인수, 합병을 통해 회사의 덩치를 키워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로 인수 타깃은 광고에이전시 혹은 리크루팅 관련 온라인서비스를 실시 중인 기업들이다. 2003년도에 2개 업체, 2004년에 4개 업체, 올해도 이미 3개 업체를 인수했다.
몬스터월드와이드는 옐로페이지와 채용광고대행을 주 업종으로 삼아온 TMP월드와이드와 몬스터사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기업이다. 이후 모회사의 사명에 몬스터를 넣었을 만큼, 가장 주력을 쏟고 있는 사업은 몬스터닷컴이다.
매출도 지난해 기준으로 5억9천만달러(약 6천억원)에 달할 만큼 가장 비중이 크다.
몬스터닷컴은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한 리크루팅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채용 사이트다. 4600만개 이상의 이력서를 확보하고 있으며, 20만개 기업이 활용하는 사이트다. 23개국에서 26개의 언어와 콘텐츠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매달 페이지뷰만 1500만건이 넘는다.
미국의 3대 온라인 리크루팅업체로는 몬스터닷컴과 커리어빌더, 핫잡스닷컴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몬스터닷컴이 탄탄한 영업력을 기반으로 1위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다. 핫잡스는 야후로 인수가 됐는데, 과거 몬스터닷컴과 야후 간에 핫잡스 인수 쟁탈전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야후에게 핫잡스의 인수권을 뺏긴 이후, 몬스터닷컴은 미국 내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리크루팅업체를 인수하는 것을 통해 지속적 성장을 꾀해왔다. 몬스터닷컴이 미처 보유하고 있지 않은 서비스는 지체 없이 적극적으로 M&A를 통해 빨아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유럽 내 11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실시 중인 독일의 잡파일럿, 프랑스의 이메일잡 닷컴, 인도의 웹뉴런 서비스, 중국의 차이나HR닷컴 홀딩스 등도 몬스터의 낙점을 받은 기업들이다.
국내에서도 몬스터가 들어온 적이 있다. 90년대에 TMP월드와이드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진출해 헤드헌팅 서비스를 실시했던 것. 당시 임원급을 주 타깃으로 헤드헌팅 서비스를 벌여왔다. 하지만 국내 헤드헌팅시장 규모가 워낙 작았던 데다, 본사쪽에서도 온라인 서비스에 사업을 집중하기로 하면서 2001년께 철수했다.
각종 규제가 심한 중국의 경우 지난 2월에 차이나HR에 40% 지분 투자를 통해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도 몬스터가 향후 온라인쪽에 집중할 것이라는 계획이 감지됐는데, 오프라인 기반으로 출발한 1위 업체 51잡보다는 2위 업체인 차이나HR에 더 눈독을 들였기 때문이다. 이 밖에 이미 규모가 큰 메이저 기업들이 많이 형성돼 있는 일본 시장은 계속 몬스터의관심
대상이지만, 아직 시장 진출이 녹록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몬스터는 왜 잡코리아를 인수했나?
인수계약은 지난 10월14일 한국에서 이루어졌다. 이날 앤드류 맥켈비 몬스터월드와이드 회장은 “이번 잡코리아의 인수를 통해 몬스터닷컴은 글로벌 전략에 중요한 이정표를 새기게 됐다”며 “아시아 내에서도 가장 성장이 빠른 한국 시장으로의 진출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몬스터닷컴이 한국의 리크루팅시장에 대한 실사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부터다. 올해 들어선 지난 4월 코트라(KOTRA) 뉴욕사무소를 통해 국내 업체들과 접촉하면서 본격적인 시장조사를 벌였다. 잡코리아를 비롯해 10여개 업체에 대해 인수 여부를 검토한 이후, 6~7개 업체와는 직접 접촉을 갖기도 했다.
잡코리아 김화수 사장도 이런 과정에서 몬스터닷컴의 한국 시장 진출 의지가 거의 확실한 것으로 판단, 본격적인 협상 준비에 들어갔다. 당초 올해 잡코리아의 기업공개를 목표로 준비 중이었던 계획을 매각쪽으로 바꾼 것도 비슷한 시점이다. 김 사장이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몬스터닷컴의 본사로 들어가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한 시점이 5월께다.
김화수 사장은 “원래 현지의 2~3위 업체를 저렴한 가격에 인수해 선두로 끌어올리는 것이 몬스터의 해외 진출 방식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정확한 의향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고 전한다. 하지만 잡코리아의 실적이 경쟁사에 비해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 데다, 비즈니스 모델에 있어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최종 인수가 결정됐다는 것이다. 일희일비한 순간들이 있었지만 대체로 협상과정은 순탄했다는 것이 김 사장의 귀띔이다.
물론 이에 대해 매출성적 2위 업체인 인크루트쪽의 해석은 좀 다르다. 이광석 인크루트 사장은 “몬스터쪽과 접촉한 적은 있지만, 이미 인크루트는 코스닥 상장을 결정한 뒤였고 회사를 매각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한다.
매각 의지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특히 인크루트쪽에선 각 나라마다 고용 및 채용관행이 현격하게 다르기 때문에, HR 관련 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가져올 수 있는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도 잡코리아쪽과 견해 차이를 보였다.
잡코리아의 비즈니스 모델, 세계속으로...
이번 인수계약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부분은 바로 잡코리아의 몸값이다. 정확히 9956만달러에 팔았다. 1억달러에 가까운 금액이다.
지분 65.4%를 보유한 최대 주주, KTB네트워크의 권성문 사장이 이번 M&A로 634억원의 차익을 올려 화제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김화수 사장은 잡코리아가 자체적으로 산정한 액수가 1억달러였고, 협상에서 큰 이견 없이 받아들여졌다고 전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몬스터가 잡코리아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른 나라에서도 도입하겠다고 밝힌 대목이다. 미국에 비해 국내 온라인 리크루팅시장의 역사가 상당히 짧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처럼 이번 인수건으로 주목받고 있는 잡코리아의 비즈니스 모델은 일명 하이브리드형이다. 무료와 유료 서비스를 적절히 혼합했다는 뜻이다. 애초부터 김화수 사장은 잡코리아를 다수의 구인, 구직자들이 북적이는 ‘온라인 장터’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진정한 이커머스 모델의 출발은 여기에서 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설립 초기만 해도, 온라인 리크루팅업계는 무료로 채용공고를 등록해 주는 방식으로 가입자들을 끌어모았다. 이런 관행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 2000년부터다. 100여개의 구인·구직 사이트가 춘추 전국 시대를 방불케 하던 시절이다. 이때부터 유료화 바람이 강하게 불어닥친 것이다. 전체의 90% 이상이 유료화로 전환했다.
하지만 잡코리아는 여기에 휩쓸리지 않았다. 여전히 무료 서비스를 고수한 것이다. 대신 옵션을 추가할 때마다 돈을 받는 유료옵션제도를 운영했다. 기존 기업의 채용공고 중에서 무료 서비스로 제공했던 것은 그대로 두고, 프리미엄 서비스를 개발해 부분적으로 돈을 받은 것이다.
이런 사업전략의 배경에는 온라인상의 네트워크 효과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매출 성장을 위해선 우선 채용공고와 이력서의 수를 무한대로 늘려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무료 서비스 기반은 필수였다.
다른 경쟁사들이 유료 채용광고를 끌어오기 위해 세일즈 조직을 탄탄하게 갖춰갈 때도, 잡코리아는 전혀 색다른 전략을 썼다. 대부분의 온라인 리크루팅업체는 텔레마케터들을 양성해서 기업광고주들을 끌어내는 방식을 통해 매출의 70% 정도를 채운다. 대신 잡코리아는 보다 많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대적인 브랜드 홍보와 광고마케팅에 나섰다. 김화수 사장은 “심할 때는 연간 매출의 전부를 광고비로 쓰기도 했을 정도”라며 “대신 저비용 고효율을 위해 신문광고보다는 옥외광고물이나 대학 내 취업정보 전광판, 버스 벨광고 등을 다양하게 활용했다”고 말한다. 광고전략에 골몰하던 시절, 김 사장은 한국인이 자주 찾는 동남아시아의 공항들에 광고판을 설치할까도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 방식은 결국 지난 2002년 9월 이후 잡코리아를 업계 선두로 올라서게 했다. 비슷한 무렵, 5~6위권에 있던 휴먼피아까지 인수하면서 잡코리아의 선두 굳히기는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 지난해 잡코리아는 107억원의 매출을 올려, 52억원에 그친 2위 업체 인크루트와의 격차도 전년에 비해 더 벌려놨다. 현재 잡코리아는 35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5천건의 채용공고가 등록된다. 이 중 10%가 유료 비중이다.
앞으로 주 수익원인 채용광고 외에 이력서 서치, 채용대행솔루션, 경력개발프로그램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온라인 리크루팅업계 일각에선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정답이라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잡코리아가 매출 성장을 올린 이후 대부분 업체들이 유사한 방식을 쓰고 있지만, 무료 서비스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매출 수준으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며 “유용한 사업모델이 계속 개발되는 과정에 있는 데다 HR 관련 시장은 기대 이상으로 다이내믹하게 돌아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온라인 리크루팅업계, 판도 변화 있을까?
그렇다면 몬스터월드와이드의 인수 이후, 잡코리아는 어떻게 달라질까?
우선 몬스터쪽은 현지화 전략을 위해 김화수 사장의 경영권을 유지키로 했으며, 직원들의 고용도 모두 승계하기로 했다. 따라서 외견상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오히려 관심은 잡코리아가 앞으로 계속 국내 온라인 리크루팅쪽에서 1위를 고수하면서 승승장구할 것인지로 옮아간다. 현재 업계는 잡코리아와 인크루트, 커리어다음, 스카우트 등으로 4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일단 잡코리아는 향후 몬스터닷컴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성장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유민 잡코리아 기획서비스본부장은 “글로벌 인재가 강조되고 있는 만큼, 채용 사이트도 이제는 국경이 허물어져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단계적으로 이런 작업이 진행될 것이며, 당장은 해외 기업들이 국적을 불문하고 인재를 찾는 경우나 특별히 한국 인재를 원하는 경우의 채용공고를, 잡코리아를 통해서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미국 현지에 가서 직접 리크루팅을 하는 대기업들을 위해 앞으로는 몬스터닷컴에 올라온 이력서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글로벌 인재를 찾을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잡코리아는 해외 기업연수나 인턴십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매출목표를 165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2008년까지 전체 온라인 리크루팅시장 규모를 1천억원 가까이 끌어올리고 이 속에서 선두 업체로서의 시장점유율을 60% 이상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알짜 기업이 잇따라 해외로 팔려나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외국계 자본의 공략에 따른 여타 부작용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특히 민감한 정보들이 주로 오가는 HR 관련 기업들이 넘어가는 것은 훨씬 더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리크루트도 미국 시장을 공략하러 갔다가 철수를 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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