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침체로 유통업계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사로 잡으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화장품 업계에서는 '초저가'가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초저가 화장품브랜드들의 공통점은 화려한 패키지비용과 유통마진을 줄인 파격적인 가격에 600~1000여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상품을 공급한다는 것. 주 대상은 화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10~20대 여성으로 색조제품을 앞세워 기초화장품·목욕용품·보디제품까지 전라인을 구비하고 있다. 업계가 추산하는 초저가 화장품시장의 연간 규모는 1000억여원. 현재의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전체 화장품시장의 10%선(5000억원)점유도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등장한 초저가화장품들은 향후 경기회복과 함께 소비가 다시 고급화하면 전망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 흐름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초저가화장품브랜드 '미샤'를 중심으로 이런 화장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요인을 알아본다.
초저가 화장품의 대표브랜드 '미샤'
(주)에이블 C&C(대표 서영필)의 '미샤'는 대부분의 제품을 3300원에 파는 초저가 화장품 업계의 선두주자이다. 온라인 판매로 시작해서 현재는 오프라인상에서 전국 120여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4년 말까지 200여개 매장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해 온·오프라인 합계 15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들어 1월 한달에만 6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연매출액 1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미샤의 모든 제품들은 보습, 수렴, 미백의 효과가 탁월한 세가지의 천연 식물 추출물(오행초, 상백피, 하수오)을 기본으로 전제품을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해 제작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고객과의 활발한 제품 의견 수렴과정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반영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2000년부터 온라인상에 뷰티넷이라는 튼튼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고, 160만 고객이 검증했다는 광고 카피는 많은 여성 고객들을 끌어모으는데 매우 유용해 보인다. 또한 미샤는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올해 안에 홍콩 직영점, 프랑스 파리 진출 및 향후 중국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고 전 세계 여성들을 위한 화장품 포털 사이트를 개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샤는 올해 새 슬로건을 '퀄리티 베이스(Quality Base) 미샤'로 정했다.
미샤가 일으킨 초저가 화장품 돌풍을 놓고 화장품 업계에서는 불황으로 인한 반짝 효과라는 의견과 불황속의 새로운 틈새시장 개척으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두 가지 의견이 분분했다. 처음에는 불황에는 싼 제품을 찾기 마련인 만큼 일시적인 바람이라는 의견이 많았으나 최근 들어 화장품 업계가 미샤와 유사한 컨셉트로 잇따라 단일 브랜드 매장을 오픈하고 있어 신규 시장 창출 쪽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모습이다.
미샤의 성공전략
1. 제품의 거품을 뺀 초저가 가격
제조과정에서 제품 가격의 거품을 뺐다. 즉, 품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종이박스나 고급 유리소재 용기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등 포장비를 기존 대비 25%가량 줄였고, 또한 도매상을 거치지 않아 중간 유통 마진을 최소화했다. 인터넷과 직영 프랜차이즈를 통한 직접 판매로 60%가량의 가격 거품을 뺀 것이다. 이는 지속적인 경기한파와 맞물려 주머니 사정이 열악해진 소비자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다. 국내 유명브랜드 제품가격의 10분의 1수준으로, 로션, 스킨, 립스틱, 에센스, 향수, 남성용 화장품 등이 모두 3300원이다. 판매제품의 60~70%가 3300원이다. 비싸도 8900원을 넘지 않는다. 8900원짜리는 주름개선 미백 등 기능성 화장품이다. 철저한 이미지 상품으로 `비싸야 잘 팔린다`는 공식이 일반화된 화장 품시장에서 미샤는 화장품의 가격파괴를 주도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제조원가에 인건비 등 비용을 붙여 판매하는 가격인 상대가격이 기존 업체의 가격정책이었다면 이들 초저가 업체들은 이른바 절대가격으로 승부를 하고 있다. 절대가격이란 시장이 원하는 가격을 설정한 후 원가와 비용을 여기에 맞추는 것이다. 아무리 불황이라고 해도 소비자의 눈높이가 내려간 것이 아니라는 데 바탕을 두는 가격전략으로, 품질은 정상가 수준이다.
① 포장과 용기등 부자재 절감
유리병 용기 대신 플라스틱 용기에 화장품을 담고, 종이 포장도 없앴다. 용기의 경우는 브랜드 로고 등 이미지에 초점을 둔 저가 부자재의 용기를 채택하고 있다. 화장품 값에서 내용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20% 정도이고 나머지는 용기값이나 마케팅 비용 등이란 점에 착안한 것이다. 대신 제품 포장과 매장 컨셉트는 ‘보디숍’을 모방해 ‘세련’을 지향했다.
② 유통구조에서의 단가 절감
지금까지 화장품업계에서는 전문점 형태의 소매점, 대리점을 거치는 유통 구조를 갖고 있었다. 여러 회사의 제품들을 함께 취급하다 보니 그 안에서도 회사간의 지원을 통한 안보이는 브랜드간 경쟁이 생기게 되었다. 또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재고물품을 포함한 제품들이 값싼 가격으로 유통되기도 하면서 사실상 포장박스에 표기되어 있는 소비자가격은 유명무실하게 되었으며, 소비자들은 가격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독 브랜드의 제품들을 파격적인 가격에 취급하는 직영점, 로드샵 등이 등장,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적중한 것이다. 방문판매와 백화점 등 고가 제품 시장과 여러 화장품을 한 매장에서 함께 파는 전문점(시판) 시장으로 나뉘었던 화장품 업계에, 단일 브랜드 매장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유통 형태다. 유통구조의 선진화 차원에서 초저가 화장품브랜드의 인기를 분석해 본다면, 원재료가 상승에 따른 점차적인 가격대 변화 가능성은 있어도 단일 브랜드 상품을 취급하는 직영점, 가맹점 형태의 유통구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③ 광고비 절감
최근 가수 보아와 모델 계약 체결로 업계의 화제가 되기도 했으나 이는 대대적인 광고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시세확장에 따른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질 것이며 지면광고만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대형메이커의 경우 매해 지출 광고비만 해도 수십, 백억원대에 이르는 것과 비교해 미샤측은 자체 온라인 쇼핑몰 뷰티넷을 통한 광고 이외에 광고비 지출이 전무했던게 사실이며 이같은 광고비 절감은 가격대의 하락을 가능케했다.
2. 고급스런 이미지와 다양한 제품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구입할 때 고려하는 요소는 가격이 아니라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다. 화장품은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라서 소비자들이 가격만 보고 쉽게 다른 제품으로 바꾸는 품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포착해 웰빙흐름에 맞춰 매장의 분위기도 고급스럽게 가져갔다. 젊은 여성들이 부담없이 와서 모든 제품을 써볼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깔끔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다. 특히 백화점을 통한 매장확대는 미샤가 시도하는 이미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종류도 기초, 색조, 기능성 화장품 외에 보디ㆍ헤어용품까지 모든 라인을 갖추고 있다. 올봄 9000원대의 기능성 레티놀 제품을 내놓은 데 이어 상반기에 나올 한방화장품도 파격적인 1만원대에 판매할 예정이다. 식약청이 인증한 레티놀 함유 화장품이 1만원 이하에 출시되는 것은 미샤 링클 리페어 에센스가 처음이다. 모든 제품을 직접 발라보고 냄새 맡아볼 수 있는 "체험 쇼핑몰"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3. 온오프라인 통합한 성공적 모델 제시
미샤의 성공 기반은 160만명에 달하는 여성포털 사이트 뷰티넷(www.Beautynet.co.kr)이다. 뷰티넷은 사이트 게시판에 상품 정보나 사용 후기를 올리는 회원들에게는 포인트를 주고, 이 포인트를 이용해 미샤를 구매할 수 있게 했다. 3300원이라는 가격은 택배비 3000원에 부가세 300원을 더한 가격이다. 3300원이면 화장품을 받게 된다는 점 때문에 회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커뮤니티의 활동도 활발했다. 1년 만에 회원수 30만명을 돌파했고, 2003년에는 100만 회원을 가진 여성포털 사이트가 됐다. 회원들의 아이디어, 제품에 대한 평가와 개선안은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가격과 마케팅 전략도 회원들의 동의를 얻고 있다. 온라인 마니아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슈머 마케팅'이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e-메일, 멤버십 카드 등을 통해 회원들을 상대로 온·오프 통합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매출액의 95%는 오프라인에서 발생하지만 오프라인의 주 고객들은 온라인 회원들이다. 즉, 미샤의 판매 모델은 온·오프 통합 모델로, 단순한 통합운영이 아닌 상호 보완적인 활동으로 온오프라인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온라인 매장은 소비자들의 의견과 제품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각 회원들은 오프라인 매장의 모니터링 요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회원을 위한 이벤트장소를 제공해주고 제품 전시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저가시장 성공 포인트
저가시장에 대해, 낮은 가격으로 인해 수익을 높일 수 없다는 것, 소득 하위층의 실질 소득 성장률이 낮아 시장의 성장률 또한 높지 않다는 것, 그리고 품질의 차별화가 어려워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을 것이라는 편견으로 인해 고가시장의 보완적 시장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많은 기업들이 저가시장에서 저가체제 아래 효율과 차별화를 달성하여 진입장벽을 공고히 하며,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 가능성 있는 시장을 찾아라
저가시장에 대한 중요 이슈들 중의 하나는 낮은 가격을 보완해 주는 시장의 크기와 시장 수요의 안정성이 보장되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과 수요의 변동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저가시장 공략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존의 성공 기업들이 목표로 삼지 않고 있는 시장들을 면밀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딜로이트 컨설팅의 로젠블럼(David Rosenblum)의 연구에 의하면, 기존의 성공 기업들은 자신이 성공하고 있는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깊은 확신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있는 다른 시장의 존재에 대해서는 관심을 쏟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즉, 성공경험에의 몰입으로 다른 시장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편, 기존 사업의 위기를 통해서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즉, 경영환경의 급속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수요탄력도가 일정한 안정적인 저가시장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 핵심서비스만을 완벽하게 제공하라
저가시장에서 소비자의 모든 니즈를 만족시켜 주겠다는 생각은 피해야 한다. 저가 시장의 제공 대상은 개념적으로 제품의 차별적 특성이 사라진 현상을 말하는, 범용화(Commodity)가 되었거나 향후 범용화가 예측되는 제품들이다. 저가시장의 소비자는 일상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저가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철저하고 완벽하게 제공받기를 원하고 있다. 따라서 가격을 상승시키는 다른 부가서비스는 오히려 고객의 기대를 저버릴 수 있다.
● 비용절감 체계를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만들어라
저가시장을 찾아낸 기업은 이를 공략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원가절감의 사업구조를 창안하게 된다. 그러나 다른 기업의 모방이 가능한 원가절감의 사업구조가 기업의 지속적인 경쟁우위로 바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저가의 가격체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것만이 기업의 영속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즉, 과거의 성공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사업 구조를 무력화시키는 게임의 룰을 창조하고, 새롭게 진입하려는 기업들이 쉽게 따라 올 수 없는 사업구조 내부의 축적된 역량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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