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이디어를 원치 않는 이는 세상에 아무도 없다.
사지선다형(四支選多型)의 객관식 문제를 풀 때 정확한 답을 모를 경우 우리들은 가장 답과 거리가 먼 번호부터 지워나가서 최후에 남는 것을 정답으로 추론한다. 상식적이다.
좋은 답을 얻기 위해서는 나쁜 답을 피해가면 된다.
좋은 아이디어를 원한다면 우선 나쁜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피해가면 될 것 같다.
어려울까?
쉽다.
자, 해보자.
여기 주절주절 나쁜 디자인방법을 하나씩 적어보자.
- 눈에 보이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동안 익숙하게 경험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 디자인 상(賞) 받은 작업이 정말 최고의 디자인이라고 굳게 믿는다.
- 따라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 따라한다. 눈에 안보이는 그 뒷면은 별로 궁금하지가 않다.
-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 인터넷을 들쑤신다. 인터넷만 들쑤신다.
- 최신의 잡지에서 본 새로운 것이 가장 세련된 것이라 믿는다.
- 무지개는 빨주노초파남보 반드시 7개의 칼라가 순서대로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 이미지는 반드시 cool해야한다고 생각한다. cool하지 않다면 cool한척이라도 해야 한다.
- 디자인은 꼭 컴퓨터로 해야 한다. 좋은 컴퓨터일수록 좋은 디자인이 나온다.
- 영어는 한글보다 훨씬 세련되기 때문에 영어로 디자인하는 것이 제일 멋지다.
- 텍스트는 반드시 글자로 표현해야 한다. 텍스트를 이미지로 표현하면 혼날 것 같다.
- 타잎페이스는 대충 그 때 그 때 기분내키는 대로 골라서 사용한다. 자유로운 디자인이 최고다.
- 나만의 스타일을 꼭 갖기 위해서 스타일 연구를 열심히 한다. 스타일을 빨리 만들어야 디자이너가 되기 때문이다.
- 어제 익힌 기술은 오늘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남들보다 조금 빨리 그 기술을 선보여야 디자인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 좋은 시각이미지는 멋진 분위기가 최우선이다. 이미지 안에 이야기가 담겨있느냐 없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누가 그런 것을 신경쓴단 말인가.
- 어디서 본 듯한 것을 나도 꼭 해봐야 마음이 편하다. 낯선 것은 늘 불편하고 싫다.
- 책이나 그림은 절대로 거꾸로 보면 안된다. 거꾸로 된 것은 뭐든지 당장 바로 놓아야 한다.
- 디자인을 잘 하려면 반드시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그림 못그리는 훌륭한 디자이너는 절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
- 무조건 움직여서 다이나믹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눈 앞에서 움직이고 춤추는 디자인만이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다.
- 나보다 디자인 잘하는 사람이 아이디어를 빨리 내놓기를 목 빠지게 기다린다. 내가 할 일을 대신 해주니 늘 고맙다.
- 팀장이 시안 2개를 하라고 하면 딱 2개만 한다. 월급을 더 주지 않으면 절대 더 할 수가 없다.
- 손이 느려서 작업 속도가 늘 늦다. 내가 디자인이 안느는 이유는 다 손때문이다.
- 디자이너는 자유전문직종이어서 튀어야 제맛이다. 나의 크리에이티브는 반드시 튀는 실생활이 있어야 가능하다.
- 사랑의 상징은 꼭 하트모양이며, 별 모양은 반드시 오각형 모양만 써야한다. 정답이 있는데 왜 굳이 다른 답을 찾겠는가.
- 작업은 절대로 망치면 안된다. 조심 조심 늘 사용하던 방법대로 안전하게 완성해야 최고다.
-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은 다 무식하고 저질이다. 이런 우아하고 전문적인 분야를 이해못하다니!
- 내가 하는 디자인은 반드시 돈으로 환산되야 한다. 디자인산업은 부가가치산업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 디자인에 점수와 등수를 매겨서 평가한다. 모든 것에는 등급이 있고 1등이 최고다.
- 글 맞춤법은 좀 틀려도 된다. 난 이미지만 근사하게 만드는 디자인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 소프트웨어 디자인은 하드웨어를 돋보이게 하는 장식품에 불과해서 이쁘고 편리하기만 하면 된다.
- 도큐멘트를 작성하는 것은 디자인이 아니라서 디자이너인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
- 독특한 디자인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조형성을 무시해도 된다. 조형적인 훈련은 지겹고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 뭐든지 실제 있는 것만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함축적인 상징이나 은유를 표현하면 늘 설명하기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 입체적인 디자인을 하려면 반드시 그림자, 투시, 3D, 칼라링 등의 입체효과를 사용해야 한다.
- 의자는 반드시 팔걸이와 등받이, 다리가 있어야 한다. 의자는 앉는 것이지만 앉는 것이 의자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 지금 하고 있는 이런 하찮은 일은 대충 빨리 끝낼 예정이다. 난 멋진 프로젝트를 언젠가 해야할 몸이기 때문이다.
남들은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 기준에서는 나쁜 방법이라 생각하는 것들이다.
최악의 경우와 최선의 경우는 때로 친구일수도 있다.
나쁜 친구를 좋은 친구로 만들자.
여름이 끝나고 있다.
明.
'eBiz전략마케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 대통령과 진대제 장관이 이 책을 탐독한 까닭은? (0) | 2008.04.22 |
---|---|
블루오션전략=가치혁신론=시장창조전략 (0) | 2008.04.22 |
리니지 2를 통해 본 경제 이야기 (0) | 2008.04.22 |
기업 쇠퇴의 6가지 징후 (0) | 2008.04.22 |
솔루션 개발 제안서 작성방법 (0) | 2008.04.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