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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프리

쓰레기 더미에서 희망을 발견하다

by 누피짱 2008.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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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에서 희망을 발견하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두 차례 낙방한 뒤 방황할 무렵의 일이다.
부모님을 뵐 면목도 없고
친인척과 지인들과의 만나는 것도 두려웠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살 바에는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망적인 나날을 보냈다.

우울증과 무력증으로 보내던
어느 날 느지막이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를 돌다가
우연히 다리 밑에 수북이 쌓인 쓰레기더미를 발견했다.
그 쓰레기를 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저 쓰레기와 다를 바가 없구나.
그러니 이거라도 한번 치워보면 나도 뭔가 달라질 것 같다.’
그전까지 나는 단 한번도 나와 주위 사람들을 감동할 만한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때 내면의 소리를 들은 것이다.

물론 내 안에서는 쓰레기 치우는 일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냐는 반대의 목소리도 들렸지만
유익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자 꼭 해야겠다는 의지와 함께
쓰레기 치우는 일이 아주 거룩하게 느껴졌다.

쓰레기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쌓여있던 거라,
그 양도 너무 많았고, 악취도 너무 심했다.
나는 이것을 치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답이 바로 나왔다.

백년을 묵은 오물이니,
이것만큼 훌륭한 거름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인근 야산에 구덩이를 판 다음 거기에 오물을 파묻고 그
위에 호박을 심기로 했다.  나중에 호박이 열려서 그것을
동네 사람들과 가축들에게 나눠줄 생각을 하니
그 생각만으로도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삽을 들고 오물을 파묻기를 며칠 째
오물 지게질로 여기저기 몸에 상처가 난 내 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너무 속상해서 나를 붙잡고 우셨다.

그러나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도 아랑곳없이
나는 변함없이 오물 지게를 지고 나섰다.
그렇게 한 달 만에 오물 웅덩이가 말끔히 정리가 되었다.

호박을 심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야산은 온통 푸르고 싱싱한 호박덩굴과 잎사귀,
호박꽃으로 장관을 이루었다. 백년 묵은 거름을 쓴 호박들은
여름 햇볕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가을로 접어들자 야산은 집채만한 호박 천지로 변했다.
그 호박들을 보면서 나의 어두웠던 내면이 정화되고
영글어 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쓰레기가 호박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슴 속에 희망의 등불이 켜지는 것을 느꼈다.
일하는 보람과 창조하는 기쁨이 나의 뇌에서 샘솟았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호박을 나누어 줄때 홍익의 기쁨과 함께
나의 존재가치를 발견했다.

그때의 일이 있고나서
나는 무조건 '하면 된다' 라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창조의 원리는 너무도 간단했다.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그냥 행하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일지 이승헌 박사 에피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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