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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iz전략마케팅

리니지 2를 통해 본 경제 이야기

by 누피짱 2008. 4. 22.

인터넷은 정보습득의 시간과 거래비용을 줄여주었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세대 갈등을 야기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젊은층 사이에서도 게임을 하는 사람과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분류하기까지 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서 인터넷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에 비해 세대간 갈등, 위변조, 중독성 등의 부정적인 효과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부정적인 효과를 지적하고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컨텐츠에 대한 충분한 분석 없이 겉으로 보이는 현상을 가지고 단정적인 판단을 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글에서는 동시접속자 수 1위, 중독성 게임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NC소프트의 ‘리니지2’라는 게임의 내부를 살펴봄으로써, 리니지2에 중독 될 수밖에 없게 된 이유와 그 이유들이 우리에게 어떠한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리니지2라는 게임을 처음 접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서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는가?’라고 물어보면, 대체로 두 가지 반응이 나온다.




멋진 그래픽에 매료되어서라는 것과, 친구와 함께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위 두 가지 대답만으로는 결코 중독성 게임으로 이끌만한 유인이 되지 못하고, 동시접속자 수 1위라는 위치를 오랜 시간동안 유지하고 있기에도 부족한 것 같다.


이미 게임시장에는 리니지2를 능가할 만큼 훌륭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게임이 많고, 또한 친구들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수준이라면 다른 일들보다 우선시 하는 그런 행태들을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리니지2라는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정말 많은 것들을 보았고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먼저 밝힌다. 리니지2를 통해서 많은 것을 보았다는 것은 바로 ‘왜 중독성 게임이 될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의 답과 그 질답 속에서 우리 사회에 대한 또 다른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으로 그 가능성은 바로 시장경제환경의 조성 가능성이다.


리니지2 게임의 모든 유저들이 경제학에 대해서 무지하다고 할 수 없지만, 많은 수의 게임 유저들은 경제논리를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게임을 하게 된다. 리니지2는 이러한 유저들이 이끌어가지만 게임 내에서는 깜짝 놀랄 만큼 시장논리에 의해 게임이 진행된다.


현실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시장원리가 게임 속에서는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매우 충격을 주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어떤 면에서 시장논리에 의해 게임이 진행된다는 것인가?




 

첫째, 아이템 가격이 가격 기능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게임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아이템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며, 자신의 등급에 맞는 아이템을 갖추고 있어야 최고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


리니지2에서 각 케릭터 및 등급에 따라 가장 적합한 아이템이 다르다. 따라서 게임 내에서 인기 케릭터가 변화하게 되면 각 케릭터에 대한 수요가 바뀌게 되고, 이는 아이템 수요를 변화시키게 된다.


이처럼 수요가 변하게 되면 인기 있는 케릭터에 알맞은 아이템을 파는 사람은 서서히 가격을 상승시키게 되고,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케릭터를 가지고 있는 유저는 상대적으로 비싸진 아이템을 만들어 공급을 늘리게 된다.


가격의 일시적인 변동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유저도 생기고 손해를 보는 유저도 생기게 되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안정적인 가격을 형성하게 되어, 잠정적인 시장가격이 어느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아이템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둘째,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을 고려하여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아이템을 구매하고 판매할 때 게임 유저들은 자신의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을 철저히 계산하게 된다. 인기 케릭터와 인기 아이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를 다시 되파는 것도 상당히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게 된다.


게임 유저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보습득을 하여야 하지만, 시간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게 된다. 이 때, 유저는 정보습득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적정한 가격에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과 조금 비싸게 구입하더라도 정보를 습득할 시간을 아끼고 게임을 즐기는 것 중 어떤 것이 자신에게 더 만족감을 줄 것인지에 대해 판단을 하게 된다.


게임 중 다른 유저와의 대화를 통해 종합한 본 결과에 의하면,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장인은 아이템을 사고파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은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저녁시간대로 한정되어 있는데, 그 시간을 아이템을 매매하는데 사용하는 것보다는 조금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아이템 거래 시간을 줄여 게임을 즐기고 싶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이다(직장인이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이 학생들에 비해 크다).


이에 비해 학생들은 이런 직장인들을 상대로 하여 또 다른 장사를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낮 시간대에 저렴하게 산 아이템을 저녁시간대에 조금 더 비싸게 판매를 하여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나쁘게만 볼 것인가? 시장원리를 이용한 아주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며, 기회비용의 개념까지 고려하면 누구도 손해를 보는 거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셋째, 개인이 레벨과 아이템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 유저는 자신의 케릭터를 이용해 게임을 하면 할수록 높아가는 레벨과 거래를 통해, 혹은 우연에 의한 아이템 습득을 통해 얻게 되는 아이템 등을 소유하게 된다. 이러한 아이템과 레벨은 바로 현실세계로 적용하여 비교하면 개인의 재산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에서 자신의 부를 증가시키도록 노력하며 자신의 부가 증가하면 만족함을 느끼듯이 리니지2 게임 속에서도 레벨의 상승과 아이템의 획득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상승시켜둔 레벨과 아이템을 비자발적으로 다른 유저에게 주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 게임 유저들은 자신의 부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임 상에서 부를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게임의 중독성 및 매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게임의 중독성과 매력은 결국 게임을 유지해나가게 하는 중요한 유인효과를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현실생활로 접목시켜 생각해보면, 개인의 재산권을 보호해주지 않는 경우 부를 증대시키기 위해 노력할 유인효과가 줄어들게 되어 경제의 활성화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될 수 있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재산권의 보호는 시장경제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생활을 영위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철저한 분업에 의해 게임이 운영된다는 점이다.


리니지2 게임이 기존의 게임과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것 중 하나가 여러 유저가 하나의 팀을 형성하여 게임을 한다는 점일 것이다. 소위 ‘파티게임’이라고 하는데, 이는 게임에 존재하는 몬스터의 능력치가 개별 유저들로서는 이겨낼 수 없게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 유저들은 하나의 팀을 만들어서 몬스터와 싸우는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이다. 분업은 이러한 팀 내의 구성원을 살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게임상의 케릭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칼과 활, 둔기 등으로 싸움을 주로 하는 타격수 계열과 타격수에게 여러 가지 기술과 에너지 등을 지원해주는 마법사 계열로 나눌 수 있다.


타격수로만 구성된 팀은 하나의 몬스터를 사냥하는데 시간을 줄여주지만 에너지의 부족으로 인해 일정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사냥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마법사로만 구성된 팀은 하나의 몬스터를 사냥하기에도 힘겨울 것이다. 이 두 가지 케릭터를 적절히 조합하여 구성된 팀은 타격수만으로 구성된 팀보다는 조금 늦게 몬스터를 잡을 수 있지만 이러한 시간은 여러 가지 기술을 지원받음으로써 해소할 수 있게 되고, 에너지의 부족으로 인해 일정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사냥을 할 수 없던 단점을 마법사들의 지원을 통해 지속적인 사냥이 가능하게 만들어주어 훨씬 효율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유저들은 분업화된 사회, 전문화된 사회가 훨씬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게임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다섯째, 게임 운영자의 간섭을 최소화하였다는 점이다.


게임 운영자들은 게임 내에 존재하는 오류(버그)를 해결해주거나, 서버의 안정화를 위해 서버 다운을 하는 등으로 게임 내에 간섭을 최소화하였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게임 내 유저끼리 커뮤니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게임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만약 유저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게임 운영자의 독단으로 게임의 흐름을 바꾸고자 하였다면 개별 유저들은 많은 불만을 가졌을 것이고, 많은 유저들이 이 게임에서 이탈을 하였을 것이다. 정부와 비견될 수 있는 게임 운영자의 독단이 아닌 시장에 존재하는 개별 유저들이 만들어가는 세상, 그런 세상이었기에 유저들은 계속 게임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게임 운영자들처럼 최소한의 경제 환경만을 관리하여야지, 경제현상 내에 직접적으로 간섭하게 된다면 오히려 시장참여자들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것을 제시해준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지적한 다섯 가지 점들에서 리니지2 게임 내에서 형성된 시장원리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 중 재산권 및 게임 유저들이 만들어가는 게임 환경, 함께 할 수 있는 커뮤니티 등이 존재하여 리니지2는 ‘중독성’이 강한 게임으로, 또한 동시접속자 수 1위라는 게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리니지2 게임은 중독성이 강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그러나 경제논리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일반 젊은 시민들 사이에서 스스로 시장원리에 의해 게임을 움직여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시장경제에 대한 교육이 조금만 더 체계적이고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면 시장경제환경이 우리 경제에서도 확고히 자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또한 시장경제원리는 결코 인위적이지 않은 시장참여자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점을 볼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통해서 세상의 진리를 찾아가고, 자연의 원리를 느낄 때 진정한 매니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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