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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재테크

환율 불안기 돈 버는 비책

by 누피짱 2008. 4. 24.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K씨는 2007년 7월 미국 뉴저지주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딸을 위해 현지에 55만 달러짜리 콘도미니엄을 구입했다. 당시 환율은 920원으로 원화로 약 5억600만원을 준 셈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 현재 약 5% 하락한 52만 달러에 거래되고 있지만 최근 구입할 때보다 환율이 10%가량 올라 부동산 가격은 원화로 약 5억3000만원이 됐다.

이처럼 해외 부동산에 '환테크'를 접목한 이들은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동남아에서는 매매가의 70~80%까지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받아 구입한 경우도 많은데 이들은 환차익+가치상승분+모기지로 인한 레버리지 효과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은 격이다.

해외부동산 투자는 현지 부동산 시장 상황도 좋아야 하지만 가치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해야 한다. 현재 환차익과 부동산 투자수익을 함께 얻을 수 있는 국가로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를 들 수 있다.

필리핀은 2007년 7월 페소당 20원이었던 환율이 현재 24원까지 올랐다. 이는 작년 7월에 필리핀에 부동산을 구입한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20%의 투자수익을 올렸다는 의미다.

여기에 필리핀은 부동산 시장도 호황기를 맞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주거용 콘도미니엄의 임대료가 급증하는 추세다. 수도인 마닐라 중심 지역의 경우 주거용 콘도미니엄 임대수익률이 연 8~12%에 달한다.

또 글로벌 기업 콜센터가 늘면서 오피스 수요와 임대 수익률도 뛰고 있다. 비즈니스 중심지인 마카티는 93%의 높은 점유율을 보인다. 시내 곳곳에는 크고 웅장한 매머드급 백화점과 쇼핑몰이 앞 다퉈 공사에 들어가 분위기가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필리핀은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없다. 또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 단기간 투자도 가능하다.

말레이시아는 작년 6월 링깃당 260원이던 환율이 현재 340원까지 치솟았다. 작년 6월 투자했다면 환차익으로 30%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링깃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연 5% 이상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으로 기대 심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오일 달러의 최우선 투자처로 부상하는 등 해외 투자 자금의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말레이시아 부동산 시장은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개발 중인 일부 지역은 2~3년 동안 30% 이상 가격이 뛰기도 했다. 외국인 수요에 내국인 투자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수요가 늘어난 까닭이다.

여기에 지난해 4월 양도세 규제, 전매 제한, 외국인 소유 상한제 등 거의 모든 규제 정책을 폐지하고 2008년 국정 예산에 부동산 구입 지원 정책을 포함한 점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해외 부동산 투자는 환율 하락기에 매입해 환율 상승기에 매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환율 변동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환율 변동성을 고려해 해외부동산 매매 타이밍을 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만 환율 상승기에 해외 부동산을 구입할 때 모기지는 가급적 적게 하는 게 좋다.

모기지 비율이 높은 경우 채무상환 부담이 증가해 투자 악화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기존 모기지를 받았다면 조기상환해 추가 환차손을 방지해야 한다. 매매거래에 있어서도 이미 구입한 사람은 기존 계약에 대해 환차익이 발생하고, 환율이 더 올랐을 때 투자할 경우 환차손에 직면하게 된다.



K씨는 최근 환율 관련 기사를 보고 화가 치밀었다. 환율 상승으로 환헤지를 안 한 펀드는 손실을 복구했지만 환헤지를 한 펀드는 별 수익을 얻지 못했다는 기사였다. 괜히 판매사 직원의 말만 듣고 환헤지 계약을 하는 바람에 손실을 줄일 기회마저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는 한 면만 보고 다른 한 면은 보지 못한 얘기다. 요즘과 반대로 만일 환율이 떨어졌다면 더욱 손실이 커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환율은 주가 못지않게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환차익을 기대하고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환율을 예측해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투자는 우리 돈으로 거래된다. 반면 해외펀드는 투자는 원화로 하지만 펀드에서 해외주식이나 채권을 살 때는 외화로 바꿔야 한다. 투자자가 환매를 요청하면 역시 해외주식이나 채권을 팔아 여기서 생긴 외화를 다시 원화로 바꾼 다음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이 때문에 해외펀드에 투자하면 환율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환율 변동에 따라 해외펀드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우선 해외펀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외국 자산운용사가 조세회피지역 등에 펀드를 설정해 국내 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통해 판매하는 역외펀드다. 또 다른 하나는 국내 자산운용사가 국내에서 돈을 모아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해외투자펀드다.

후자의 경우 펀드 내에서 자체적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역외펀드는 투자자의 최종 투자수익률이 환율 변동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입할 때 환헤지를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즉 계약기간 만료일에 일정한 원-달러 환율로 외국통화를 팔겠다는 선물환 계약을 맺어 환율변동의 위험을 피한다. 보통 은행 등에서 펀드 가입시 1~2년 계약기간으로 선물환 계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지면서 환헤지를 하지 않은 역외펀드가 환차손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역외펀드 가입시 환헤지는 필수가 됐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환차익이 생겼지만 대부분 환헤지를 걸어둔 탓에 '그림의 떡'이 된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펀드에 1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1년 후 달러당 900원에 교환하도록 선물환 매도 계약을 체결해 두면, 1년 뒤(투자금에 변동이 없었다고 가정할 경우) 환율이 800원으로 떨어지더라도 달러당 900원을 적용해 900만원(1만×900원)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100만원(1만×100원)의 환차손을 피할 수 있다.

반대로 환율이 달러당 1000원으로 올랐을 경우 선물환 계약으로 인해 달러당 900원이 적용돼 100만원(1만×100원)의 환차익 기회를 날리게 된다.

자녀 교육비 마련이나 노후자금 준비와 같이 장기적인 투자목표를 가지고 역외 펀드에 투자한다면 굳이 환헤지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해외 채권펀드는 국내보다 수익률이 크게 높지 않기 때문에 환헤지 계약을 통해 환율 변동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해외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면 복잡한 환헤지 계약을 맺지 않고도 환율과 펀드 수익률의 변동 위험을 동시에 제거할 수 있다. 매월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환율이 떨어졌을 때 더 많은 외국통화를 매입하게 돼 장기적으로 환율 변동성을 줄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결국 적립식으로 해외펀드에 투자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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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승익 루티즈코리아 대표,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출처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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