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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iz전략마케팅

Value Proposition

by 누피짱 2008. 4. 23.
글쓴이가 취업한 뒤 부서 배치를 받아 자주 했던 일이 번역이었다. 치열간 경쟁을 뚫고 입사했지만 실무에 대해서는 아는 것 없는 신입사원으로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e 비즈니스 마케팅에 대한 영문 자료를 번역하던 중 value proposition이라는 단어에 자주 부딛혔다. 문제가 생겼다. 뜻을 모르는 것이었다.

' value prosition? 가치를 제안한다 ? 무슨 소리야? '

마케팅 분야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계공학을 전공한 글쓴이가 마케팅 용어를 알 리가 없었다. 결국 가치제안이라는, 봐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단어로 번역해놓았다. 어쨌거나 자료를 받은 차장님은 여기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으셨고,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가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우연히 글쓴이에게 재미있는 습관이 하나 생겼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길을 걷다가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를테면, 산타클로스가 왜 빨간 옷을 입는지 궁금할 때 검색창에 '산타' 라고 치는 식이다 ^^. 그러고는 어디 가서 무슨 이야기가 나오면 전에 검색했던 지식을 마구 자랑하며 잘난 척하고 산다.




http://www.boracaylove.com

얼마 전에 생긴 일. 옆 자리에 앉은 동료 직원이 곧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필리핀 보라카이로 신혼여행을 간단다.

그런데 필리핀의 우기(雨期)가 언제부터 시작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즉시 검색창에 '필리핀 우기' 라고 입력한 결과... 안타깝게도^^ 6월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행복하세요 !



value proposition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대략의 개념을 잡을 수 있었다. value proposition은 말 그대로 '가치를 제안하는' 일이다. 우리 말로는 보통 '가치제안' 또는 '가치명제' 라고 번역한다.

기업이 제품을 판매할 때 고객에게 제품 자체는 물론이고 보증, A/S 등 여러 혜택과 특징을 제공한다. 이러한 혜택과 특징의 총합을 브랜드의 총제공물이라 한다. 고객은 제품을 구입할 때 사용에서 보관, 처분하기까지의 총비용을 계산한다. 여러 개의 경쟁상품이 있다면, 총제공물과 총비용의 차이 또는 비율을 따져본 후 가장 매력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공급자를 선택하게 된다. 이 때 고객에게 제시하는 것이 바로 value proposition이다. 자사의 총제공물이 경쟁사의 총제공물보다 더 나은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http://www.lexus.com

따라서 도요타 자동차의 렉서스와 신세계 이마트는 서로 다른 value proposition을 가질 수밖에 없다.

렉서스는 '우수한 품질을 같은 가격으로 (more for the same)' 라면, 신세계 이마트는 '같은 품질을 더 싸게 (the same for less)' 가 될 것이다.



value proposition은 기업의 마케팅 분야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삶 속에서도 value proposition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모든 사회적 관계는 이 value proposition에 의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글쓴이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이 value proposition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다들 비슷하겠지만, 입사원서를 내거나 면접을 준비할 때 가장 공을 들여야 할 사항이 자기 소개와 지원 동기, 그리고 입사 후 계획 또는 포부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일관성을 갖출 때, 무엇보다 이들이 기업의 needs와 일치할 때 취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솔직한 예를 들어보자. 기계공학을 전공하여 자동차 회사에 입사해 연구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지원자와, 재료공학을 전공하여 대기업 자동차 회사에 입사해 벤처 정신으로 도전적인 기획총괄 업무를 해보고 싶다는 지원자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일관성을 갖추고 기업의 needs를 충족시킬 수 있겠는가? 특별한 경력이나 재능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면접관들의 불신에 찬 질문 공세에 시달릴 것이다.

복잡다단한 이성교제에서도 이 value proposition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소개팅을 나가 상대방을 평가하는 일은, 어쩌면 상대방이 나에게 제공하리라 예상되는 value proposition을 평가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 value proposition이 나에게 유의미하다고 판단되면 상대방에 관심을 갖고 교제를 계속하려 할 것이다. 만약 상대방이 제안하는 value proposition이 나에게 의미가 없다거나 내가 제공할 비용과 비교해 경제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면, '집에서 급한 연락이 와서 일찍 들어가야 한다' 고 말하며 자리를 뜨려 할 것이다 ^^

사랑이 지속되거나 헤어지는 과정에서도 이 value proposition이 큰 역할을 담당한다. 내가 상대방에게 제공할 비용에 비해 상대방이 제안하는 value proposition이 나에게 의미가 없다거나 너무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순간, 사랑에 금이 가며 이별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이별하기 전에는, 사랑을 지속할 때와 이별할 때의 기회비용을 비교하지 않겠는가.

다시 솔직한 예를 들어보자. 연인들이 교제한 지 3, 4년이 넘어가면 선택은 둘 밖에 없다 - 결혼을 하거나 아예 헤어지는 길만 남았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게 된다. 그래서 연령대가 결혼 적령기 이상이고 교제 기간이 긴 연인들은 '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해' 어서 결혼하라는 독촉을 자주 받곤 한다 (글쓴이조차 이런 충고를 한 적이 있다).

과연 결혼은 사랑을 지속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일까? value proposition의 관점에서 보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일 때보다 결혼한 상태에서 헤어지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혼은 사랑을 지속시킬 수 있는, 즉 사랑하는 사람을 더 오랫동안 가까이에 둘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가 될 수 있다. 이러한 value proposition 때문에 글쓴이가 친구에게 결혼을 서두르라는 충고를 했던 게 아닐까?

또한 결혼은 사회적 안정감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자본을 제공해준다. 만약 글쓴이가 30대 중반이 넘도록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사람들은 '저 친구는 어떤 문제가 있어서 - 예를 들어 신체 어디에 결함이 있다던가 성격 파탄이거나 ^^ - 결혼을 하지 못했을 거야' 하며 수군거릴 것이다 T_T. 따라서 결혼은 정상적인 남자 청년임을 사회적으로 증명해주는 value proposition을 제공할 것이다.




http://www.yes24.com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겠지만, 글쓴이 역시 사지도 않으면서 부지런히 인터넷 서점을 들락거린다.

그러다가 아주 재미있는 책이 새로 출간된 사실을 알았다. 바로 '실용연애전서 : 당신이 연애에 대해 알고 싶어했던 모든 것' 이라는 책이다.

광고에 의하면 이 책은 '쓸데 없는 것은 제외하고 철저하게 실용 연애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조언을 해주는 책' 이라고 한다. 남녀의 심리에 관한 원론적인 이야기나 화합에 관한 메시지를 다루는 대신, 연애의 시작부터 마지막에 이르는 각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조언을 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에 올린 어떤 독자의 서평이 책의 가치를 가장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그녀의 빤쓰를 빨리 보는 법이 담겨 있는 통쾌한 선수 매뉴얼...

글쓴이 입장에서는 당장 구입하여 철저히 숙지한 뒤 반복숙달을 통해 실전에 응용해야 하는 귀중한 책임에 틀림없다 ^^. 그러나 아직도 글쓴이는 이 책에 대해 꺼림칙한 감정이 남아있다. 바로 여성과 남성의 역할에 대한 이 책의 태도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 여기서 말하는 '접근'이란 남자와 여자가 함께 하는 '놀이'를 말한다. 여자들은 남자가 접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괜찮은 애인감인지, 그와 사귀어도 좋은지를 판단한다. 재미도 없고, 생각도 고리타분하고, 쾌활하지도 않은 남자를 멋진 데이트 상대로 점찍을 여자는 없다. 여자들은 뻣뻣하고, 계산적이고, 뭐든 논리적으로 따지려고 드는 남자를 냉정한 남자로 생각한다. 서로 사귀어야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가능할 지 몰라도, 재미있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퇴짜를 맞는 것이다... "

과연 이 책에 나와있는대로 '먼저 다가가는 것이 남자의 당연한 역할이며 여자의 역할은 오로지 마지막 대답' 일까? '아니야 아니야 말 못해. 나는 여자이니까- ' 하는 수십 년 전의 노래 가사가 아직도 유효한 것일까? 여성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것을 싫어하는, 오로지 감성적인 존재일까? 서로 사귀어야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정말 의미없는 행동일까...



어쩌면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신을 판매하는 영업사원으로서 인생을 살아갈지도 모른다. 인생 영업은 자기 자신이라는 value proposition을 고객의 needs와 일치시키는 과정이다. 취업 면접에서 자신을 채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일, 어떤 방향으로 보고서를 만들어야 직장 상사의 마음에 들 것인지 눈치보며 고민하는 일 모두 인생이라는 영업 활동에 해당된다.

무엇보다 인생 영업의 꽃은 소개팅에서 왜 다음 주말에 나와 함께 영화를 봐야 하는지 납득시키는 과정이다 ^^. 생글거리는 미소가 예쁜 아가씨 고객에게 적절한 value proposition을 제시하여 아가씨의 needs와 일치하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아가씨는 다음 주말에 극장 옆자리에 함께 앉아있는, 정성과 시간이라는 비용을 흔쾌히 지불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가씨는 '집에서 급한 연락이 와서 일찍 들어가야 한다' 고 이야기하며 자리를 뜰 것이고, 생글거리는 미소는 보고 싶어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 T_T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영업을 해야 할까? 우리가 보통 영업 하면 생각하는 감언이설, 밤 새워 술마시기 (특히 어디 '좋은 데' 가서 술 마시기 ^^), 연고영업 같은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과연 그것이 영업의 전부일까?

글쓴이의 영업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버린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 21>에서 인용했다.




http://www.economy21.co.kr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영업을 하는 윤종근 부장(LG 전자 신사업영업담당)은 자나깨나 PDP가 필요한 곳은 어디일까 고민한다.

벽걸이TV로 널리 알려진 PDP는 화질이 기존의 발광다이오드(LED)나 브라운관(CRT)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러나 가격이 비싼 게 문제다. 50인치 이상 제품이면 1천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이 장벽을 넘는 게 윤 부장의 고민이다.

" 맥도날드에 처음 PDP를 소개했을 때는 이런 게 필요할까 하는 반응이었습니다. PDP를 이용해 매장에서 제품 광고도 하고 메뉴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도 반응이 신통치 않았어요. 그렇지만 고객의 생일 이벤트에 친구가 휴대전화로 화상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시연해 보여주자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결국 20대를 계약했고 추가로 30 ~ 50대를 더 계약하기로 했습니다. "

글 박형영 기자 (young@economy21.co.kr)
이코노미 21 2002년 09월 06일자



물론 감언이설, 밤 새워 술마시기 (특히 어디 '좋은 데' 가서 술 마시기 ^^), 연고영업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영업사원이 훨씬 더 많다. 마찬가지로 실용연애전서에서 제시하는 '여자가 싸우는 3가지 방식, 그리고 그 대처법, 여자가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는 8가지 비법, 로맨틱한 감정을 유지해 좀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기 위한 4가지 비법, 여자를 만날 수 있는 장소 11선' 등을 완벽히 숙지, 반복숙달하여 자기 자신을 판매하는 인생 영업사원도 많다.

하지만 그것이 영업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맥도날드에 PDP를 판매하기 위해 고객의 생일 이벤트에 친구가 휴대전화로 화상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새로운 value proposition을 시연하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글쓴이는 인생이라는 영업 현장에서 후자의 방법을 따르고 싶다. 그리고 어떤 value proposition이 미소짓는 아가씨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고 싶다. 어쨌거나 생글거리는 미소가 예쁜 아가씨에게 글쓴이가 제시할 수 있는 value proposition은, '그녀의 빤쓰를 빨리 보는 법' 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




* 참고자료

윤종근 / LG전자 신사업영업담당 부장. (2002. 9. 6). 이코노미 21

신지화. 가치제안의 개발과 브랜드 자산의 구축 [WWW 문서]
http://www.hunet.co.kr (2003. 4. 20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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