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웹지능화서비스

온톨로지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by 누피짱 2008. 4. 23.

HOLLOBLOG님의 “온톨로지 유감 - 온톨로지로 뭘 할수 있지 ?“의 글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시맨틱 웹″, “온톨로지”로 시작하는 연구 부류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글이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얼마전 읽으려고 뽑아 놓았던 논문이 있는데 제목이 “Bridging the gap between research and practice“입니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제목이 끌려 우선 다운만 받았습니다.

각론하고 HOLLOBLOG님의 글에 전적으로 동감을 합니다. 저는 약간 다른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국가의 연구비 낭비나 연구의 정치적 힘 같은 것은 솔직히 관심도 없고 제가 논할 대상도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으로 한국의 상황이 걱정이 됩니다.

작년에 어떤 회사에서 주최하는 워크샵에서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발표자가 시맨틱웹, 온톨로지를 이용하면 현재의 정보시스템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제 질문의 요지는

“heavy-weighted ontology를 정보 시스템이나 웹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냐? 결국 웹에 적용할 수 있는 온톨로지는 RSS 와 같은 가벼운(light) 형태가 되지 않겠느냐?”

온톨로지의 이론적 가능성이 아니라 실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물었습니다.
발표자의 답을 들으며 참 당황스러웠죠.

“모두 가능하다. RSS나 블로그는 온톨로지나 시맨틱 웹과 관련이 없고, 너무 쉬운 주제다”.

연구라는 것이 꼭 복잡한 알고리즘을 만들고, 오묘해 보이는 공식을 적용해야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죠.

온톨로지 연구가 필요합니까?

“예!” 당연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Holloblog님이 지적한 것 처럼 정치적 연구의 대상은 아니라는 겁니다. 의료 분야나 도서관 같은 곳에서 온톨로지는 이미 상당 부분이 진행되고 있고 이것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웹 기술은 실무에 혹은 웹에 적용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연구가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에 연구가 집중되어야 하겠죠. 말도 안되는 아키텍처를 그려서 연구비나 소비하는 곳에 지원하면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이런 형태는 이젠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시맨틱 웹과 관련된 연구 프로젝트의 내용을 보면 모두 유사합니다. 거창한 아키텍처 또는 프레임워크를 그립니다. 거기엔 온톨로지 추론엔진, 저작도구, Annonation, 온톨로지 병합도구 등과 같은 온갖 도구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저작도구만 해도 Protege라는 대표적인 도구가 있지만, 이 툴은 벌써 10년 이상 진행이 되어 왔고, 계속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년, 2년안에 이 툴과 비슷한 것을 만들어 내겠다. 허허..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입니다. 추론엔진은 더 막막하죠. 연구실에서 Jena API로 몇개 클래스 찾아오는 것을 추론엔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저도 이런 것 밖에 못해 봤습니다.

물론 문제의 근원에는 프로젝트 내용이 무엇인지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지원하는 정부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실패하는 프로젝트가 없다는 것에도 문제가 있겠죠. 그런데 이건 너무 고차원의 얘기인 것 같고.

1년 전 정부지원 프로젝트의 Kick-Off 미팅에 가서 사람들을 만들면서 똑 같은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4~5년 전부터 말했던 시맨틱 웹 아키텍처를 그려 놓고 1년안에 끝내야 된다고 하는데 말문이 막혔습니다. 회사에서 온 개발자에게 솔직한 마음을 말하긴 했는데 제 마음을 이해했는지 모르죠..
전 그 때

“솔직히 저 시스템은 구현 불가능하다. 몇 년 동안 공부해 보고 코딩을 해 보았지만 저런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 세계 최초가 될 것이다. 범위를 좁히거나 무엇을 할 것인지 명확히 하는 것이 좋지 않을런지”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 그 분들은 제법 당황했을 겁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어렵다고 투덜대니. 물론 제 능력이 부족한 것은 인정합니다. 공부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현실이죠. 불가능한 시나리오를 그려놓고 가능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다른 어떤 사람이 술자리에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우린 시맨틱 웹이나 온톨로지나 상관하지 않는다. 우린 돈이 많으니까 어떻게 해서든 흉내내서 끝내면 된다. 거기에 시맨틱 웹이 있던 없던 상관하지 않겠다

솔직히 좌절했었습니다. 힘은 그들이 갖고 있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공부하는 일뿐.

연구가 좀 더 실제적인 수준에서 진행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있는 연구소는 와서 보니 그리 대단해 보이진 않습니다. 교수도 없고. 그런데 자율적인 연구가 가능합니다. 연구자 한 명, 한명이 자기 분야의 전문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나라처럼 교수 밑에서 모든 것을 만들어 내고 정작 앞에서는 숨어 있는 형태가 아니라는 거죠. 사실 교수가 연구를 모두 하는 것은 아니죠. 감독을 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가는 거죠.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구현해 보지 않고 앉아서 정책을 얘기하고 큰 그림만 그리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갔는지 바다로 갔는지 알 수가 없죠.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러다 보니 큰 그림만 그립니다. 도저히 구현 불가능한 그림을 그리고. 학생들한테 던져줍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1년 지나도 결과는 똑같습니다. 구현을 할 수가 없죠. 당연히 결과도 없고. 결과가 없으니 참고할 것이 없고 후속 연구는 처음부터 다시.. 이런 면에서 온톨로지/시맨틱 웹이 국내에선 투자된 비용에 비해 결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바로, W3C에도 온톨로지를 얘기할 때 두 그룹이 있습니다. RDF를 지지하거나, OWL을 지지하는. RDF가 웹적인 접근에 중심을 두는 반면, OWL은 지식표현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그룹이 서로 지식을 공유하고 있고 개선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목적은 분명합니다. OWL 기반으로 웹에 어떤 기술을 적용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RDF로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죠. 즉 어려운 내용을 얘기해서 고상해지는 척하는 태도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온톨로지를 얘기할 때 RDF를 얘기하면 촌놈 취급당하는 그런 일은 없어야 겠죠

HOLLOBLOG: “도대체 “시맨틱 웹″으로 시작한 이야기의 결론에서 우리의 “웹″은 어디에 있습니까 ?”

연구 프로젝트에는 없지만 풀뿌리 -블로그-에는 웹이 있지 않을까요? 거창하게 시맨틱 웹이라 하지 않아도 Web2.0이라는 고상한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그 필요성과 발전 방향을 말하는 블로거들이 우리에겐 많이 있어 희망이 보입니다.

예전에 “한국의 Web2.0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를 쓰며 거의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이래도 미래에는 바뀌지 않을까요? 젊은 연구자들이 바꿀 수 있습니다. 희망을 갖고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댓글